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층간소음은 귀트임, 즉 귀가 트이면 답이 없다

소미 2017.10.07 16:18


제목 그대로 층간소음은 귀가 트이기 시작하면 답이 없어진다.

가족 중 소음에 굉장히 민감한 사람(이하 "민감이")이 있는데, 이 민감이 때문에 나까지 귀가 트이게 되었다.

예전의 나는 소음에 굉장히 관대한 사람이었다.

군 생활 당시, 양 사이드로 코를 굉장히 심하게 고는 동기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, 2년간 잠 한번 설친 적이 없었다.


매일, TV소리나 노래 소리도 엄청 크게 듣곤 했고, 이어폰 볼륨 역시 매우 높여 듣는 습관이 있었다.

그럴 때면 민감이는 매번 나에게 TV소리를 줄여라, 음악 소리를 줄여라 잔소리를 해 댔다.

항상 내가 TV를 시청하거나, 노래를 들을 때 마다, 태클을 거는 민감이가 짜증나서 대판 싸운 적도 여러번 있다.

어쨌든, 가족 중 이런 민감이가 있다면 나까지 소리에 민감 해질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.


민감이 때문에 나까지 귀트임이 발생된 이유는 윗집과 아랫집의 층간소음 때문이었다.

현재 사는 집의 윗집과 아랫집 소음 때문에 민감이는 인터폰을 통해 자주 다퉜었다.

매번 격앙된 말투로 위 아래집 가족과 인터폰을 통해 싸울 때 마다, 나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야 했다.


혹시 말싸움이 아닌, 실제 난투극이 벌어지기라도 하면 어쩌나, 더 나아가 칼부림이라도 나면 어쩌나 걱정이 됐고,

그럴 때 마다 나의 심장은 바운스 바운스 두근거리며 손 발에는 식은땀이 났다.


민감이가 위 아래집과 싸울 때 난 나서서 돕지 않았다.

이유는 많았지만 가장 큰 이유는, 나에게는 전혀 층간소음으로 와 닿지 않았기 때문이었다.

비단 나 뿐만이 아니라, 민감이를 제외한 가족 모두가 층간소음이라 느끼지 않았고,

그냥 생활에서 발생되는 당연한 소음정도로만 느꼈기 때문에 처음에는 가족들 역시 민감이가 싸울 때 크게 돕지 않았다.

(나중에는 나와 아빠를 제외한 가족이 민감이를 도와 위 아래집과 인터폰 배틀을 떴지만...) 


그러나, 별로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는 가족들의 말에 민감이는 늘 '들어 봐!'라며 소음에 귀를 기울이게 했고,

매번 스트레스를 받으면 인터폰을 통해 위 아래집과 싸우기 일쑤였다. 그럴 때 마다 나의 스트레스 또한 점차 쌓여갔다.

그렇게 수 차례 싸울 때마다, "진짜 소음이 나긴 나는거야?"생각했던 나는 민감이가 민감하게 굴 때마다,

소음에 귀를 귀울이게 되었고, 그러던 와중 시나브로 나까지 귀가 트이기 시작했다.


지금은 완전 귀가 트인 상태이다. 귀가 한 번 트이고 나니, 이제는 민감이보다 소음에 더 민감한 사람이 돼 버렸다.

예전에는 들리지 않던 위 아래집의 발소리도 들리고, 청소기를 돌리거나 개가 짖기 시작해도 어마 무지하게

큰 소음처럼 들려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.

물론 지금은, 예전에 민감이가 총대를 매고 인터폰으로 열심히 싸워 준 덕분인지,

위 아래집은 예전만큼 소음을 내는 것 같진 않다. 그치만 내 귀가 트인건 변치 않는 사실이다.


며칠 전 추석때는 윗집에 00가 놀러 왔는지 발소리가 더 커진게 느껴졌다.

마치 발바닥에 오함마를 달고 다니듯 걸을 때 마다 쿵 쿵 거리는 소리에 매우 스트레스를 받았다.

심지어 그 사람의 동선을 파악할 수 있을 정도였으니 말 다했지.

더불어 그 00라는 작자가 얼마나 무지하고 남을 배려하지 않는 사람인지 알 수 있었다.

그 나물에 그 밥이랄까... 소음충과 소음충의 만남, 그리고 그 둘의 조합이라...

쨌든, 하두 시끄러워 발 뒤꿈치로 벽면을 쿵쿵 찍어봤으나, 윗집은 전혀 개의치 않아 하는 것 같았다.

오히려 벽을 찍어대는 내 소음에 아랫집에 피해가 가지 않을까 생각됐다.(몇 차례 찍진 않았지만)


암튼, 윗집에서 그렇게 불현듯 소음을 유발할 때 마다, 나 역시 간헐적으로 벽면을 찍어대고 있었더니,

안방에 있던 민감이가 나와서 나에게 하는 말이 퍽 가관이었다. 대충 이런 뉘앙스로 이야기 했는데,

'추석이라 윗집 손님 왔나본데, 네가 그렇게 벽 찍어대 봤자 윗집에서는 안 들릴껄? 난 이제 그러려니 하련다'

그 말을 듣는 순간 뒤통수를 오함마, 아니 덤프트럭에 치인 듯 황당하고 억울했다.

내가 누구 때문에 귀가 트여서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데...

오히려 내가 내는 소음때문에 민감이 자신이 스트레스를 받고 있으니,

지랄 좀 그만 하라는 듯 돌려 말하는게 매우 씁쓸하고 분했다.

그렇다고, '너 때문에 내 귀가 트인거잖아!'라고 반박하며 싸울 수 없는 노릇이다.


요즘은 대체 내 귀트임은 누구에게 보상 받아야 하는가,

또 앞으로 나는 소음에 어떻게 대처하고 살아가야 하는가 고민이 많다.

독립을 해도 빌라 또는 아파트를 구하게 되면 중간에 샌드위치된 층에서는 살지 못할 것이다.

탑층에 살거나, 저 어디 먼 지방에 집값 싼 단독주택이나 구해서 살아야지 싶다.


요즘도 가끔씩 개짖는 소리를 선사하는, 또 소음을 유발하면서도 매우 떳떳한 태도를 보였던 윗집을 생각하면

차라리 반인류적인 짓을 저지르고 징역살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.


예전처럼 그냥 흘려보낼 작은 소음에도 귀가 트여 증폭되어 들리니 스트레스가 누적되고,

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반인류적인 상상도 아무렇지 않게 하게 될 정도니, 제목처럼 귀가 트이고 나면 정말 답이 없는 것 같다.


이 포스트를 요약하자면, 내가 당부하고 싶은 것은 하나다.

정말 가족 중 소음이나 소리에 매우 민감한 가족이 있다면, 또 당신이 귀가 트인 상태가 아니라면,

하루 빨리 그 사람과 멀리 떨어져 사는걸 추천한다.

내 에피소드처럼 민감한 사람 때문에 자신까지 귀가 트여 민감한 사람이 되고,

이 때문에 평생을 소음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살아야 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.


물론 최악의 상황까지 가지 않기 위해, 서로 서로 조심하는게 우선시 되어야겠지만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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